찌라시 언론 기레기 시리즈 [12]: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 기자


 

한국에 있는 친구가 내게 보낸 카톡에 이영완 과학전문 기자의 조선비즈 기사, "나이 드니 기억 가물가물... 약 한 알이면 '젊은 뇌' 된다?" 링크가 있다. 조선일보엔 '헬스조선'이란 섹션이 따로 있는데, 왜 '조선비즈' 기사인지 의아하다. 약을 개발하여 제조, 시판할 단계라면 몰라도 학술회 발표 기삿거리가 비즈니스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링크를 따라가니 기사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기사 인용] 캐나다 '중독과 정신건강 연구센터'의 에티엔느 시빌 박사 연구진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학술대회에서 "늙은 쥐와 우울증에 걸린 쥐에게 뇌 기억 중추에 작용하는 약물을 복용시켜 기억력을 젊고 건강한 쥐와 같은 상태로 회복시켰다"고 발표했다. AAAS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를 발간하는 곳이다. 

우선 '미국과학진흥협회'라고만 하지 않고 괄호 안에 AAAS를 첨부한 이유가 있을 거다. 그건 독자가 미국과학진흥협회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 직접 찾아보려고 할 때 영문 표기가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독자는 누군가 번역해 놓은 한글 정보만 접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다른 단체와 혼동할 수도 있는 AAAS보단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라는 정식 명칭을 달았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AAAS완 달리 CAMH(Center for Addiction and Mental Health)는 생략하고 '중독과 정신건강 연구센터'라 번역한 문구만 있으니 도대체 기준이 없다. Center for Addiction and Mental Health란 영문 표기도 한글 번역과 함께 적었어야 한다. 그리고 기관 명칭 한글 표기는 중간에 'and'를 직역하여 '와', '과'를 덧붙이지 않는 게 관례다. 예로,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를 '보건복지부'라 하지 '보건과 복지부'라 하진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기사의 가장 큰 실수는 논문 저자며 학술회 발표자인 '에티엔느 시빌' 박사 이름 영문 표기(Etienne L. Sibille)가 빠진 거다. 기사 내용이 지극히 부실하여, 난 저자와 논문에 대해 직접 자세히 알아보려 AAAS, CAMH 홈피에서 추측한 철자로 검색했지만, 정확하지 않아 여러 번 실패했다. 이리저리 다른 철자로 10분 정도 구글 검색한 후에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름 못지않게 중요한 건, 논문 혹은 기사 출처 링크를 기사 안에 반드시 다는 거다. 그건 독자의 편의를 위한 것 만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자가 발품 팔아 워싱턴 디씨 학술회장에 가서 직접 받아적어 쓴 기사가 아니기에, 어디서 구한 정보인지 출처를 밝히는 건 단지 도의나 상식 이전에, 엄밀히 따지면 법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사 인용] 연구진은 스트레스로 인해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진 쥐에게 약물을 복용시켰다. 그러자 30분 만에 기억력이 정상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미로(迷路)를 탈출했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예전의 50~60% 수준으로 떨어진 쥐도 약물을 통해 기억력이 80~90%까지 회복됐다. 

위 기사 내용도 과학전문 기자가 쓴 거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수준이 낮은 게, 기사의 육하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도 제대로 지키질 않았다. 약물의 주성분이 무엇이며, 어떤 원리로 치료가 되는 건지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없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어렴풋이 이해하고도 번역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거나, 아니면 게을러서 그냥 넘어간 거로, 그 어느 경우도 기자의 자질이 부족함을 자진 폭로하는 거다. 

조선일보 기사만 읽으면, 1960년대 시장바닥 만병통치 약장수가 하는 말을 연상케 한다. 해서 기자가 보고 어설프게 번역했을지도 모를 영어 원문 기사, "New molecules reverse memory loss linked to depression, aging" 링크를 여기 단다. 이영완 기자의 엉터리 기사완 달리, 어떤 원리로 그런 효과가 있는지 설명이 있다. 만에 하나라도 그가 이 글을 보고 도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난 여기 번역하지 않겠다. 

궁금해서 이영완 기자에 대해 찾아보니, 조선일보 차장으로 KAIST 과학기술저널리즘 대학원 겸직 교수며,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이라고 한다. 

딱 세 마디만 하고 이 글을 마치련다. 우선 한숨이 절로 났고,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어떤 단체인지 안 봐도 짐작이 가고, 이런 참담한 교육 환경에 처한 한국 젊은이들이 불쌍하다.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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