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언론 기레기 시리즈 [36]: 뉴시스 이재준 기자



 [뉴시스] 미국서 코로나19 환자에 치료비 무려 13억원 청구 '논란'

뉴시스 이재준 기자의 '미국서 코로나19 환자에 치료비 무료 13억 원 청구 '논란''이란 기사는 제목부터 부정확한 엉터리다. 기자들의 부실한 영문 기사 번역도 문제지만, 그보단 그동안 한국 언론에서 미국 의료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쓴 사실과 거리가 먼 선정적 기사에 집단으로 자가 최면 당한 상태가 더 큰 문제다. 미국 건강보험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는 아래 내 블로그 글 '한국인이 오해하는 미국: [2] 건강보험' 일독을 권한다. 

 한국인이 오해하는 미국 [2]: 건강보험 

환자 마이클 플로(Michael Flor)는 70살로 미국 정부에서 운용하는 노인 건강보험 메디케어와 보조 건강보험을 가진 사람이라 병원은 환자 개인이 아닌 환자의 건강보험 회사에 직접 의료비를 청구한다. 만약 환자 부담금이 있으면 그 금액만 따로 환자에게 청구한다. 그래서 환자가 받은 건 의료비 청구서(Medical Bill)가 아니고 명세서(Explanation of Benefits Statement)였다.

 [The Seattle Times] Coronavirus survival comes with a $1.1 million, 181-page price tag 

이재준 기자가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 위 기사엔 보험회사가 모두 지급하기에 환자는 한 푼도 내지 않을 거라고 한다. 처음에 환자가 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면 수만 원의 분담금이 있었겠고, 그건 이미 입원할 때 지불했을 테니 집으로 청구서가 오진 않는다. 

181쪽에 걸친 의료비 명세서에 나온 금액 13억 원(110만 달러)도 보험회사가 지불할 금액이 아니다. 한국은 보험공단이 미리 정한 의료수가가 있어 의사나 병원이 의료 코드를 제출하면 정해진 금액을 받지만, 미국은 환자가 가진 보험에 따라 의료수가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병원은 그를 아예 무시하고 애초에 해당 보험회사와 협상할 때 과시용으로 병원이 제시했던 뻥튀기 의료수가를 청구한다. 그러면 보험회사가 알아서 그 병원과 협상한 의료수가만 지급한다. 그 비율이 1/3~1/10일 정도로 차액이 크다.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110만 달러를 병원이 보험회사에 청구하여 실제로 받은 금액은 아마 한 30~40만 달러 전후가 아닐까 난 추측한다. 

그런 자세한 내용을 몰라도 번역한 영어 원문 기사를 정독하면 힌트가 있다. 

[기사 인용] Usually hospitals get paid only a portion of the amount they bill, as most have negotiated discounts with insurance companies. 

[Elliot 번역] 병원은 보험회사와 협상한 할인 가격이 있어 통상 의료비 청구 금액의 일부만 받는다. 

예를 들자면, 일 년 내내 75% 세일한다고 선전하는 미국의 한 양복점에서 터무니 없이 부풀린 정가 천만 원 양복을 누가 250만 원에 맞췄다. 사실 미국에선 아무도 그 양복을 천만 원 주고 사지 않는데 한국 신문 기자가 영수증만 보고서, 미국에선 양복이 천만 원 하고 양복 값 내지 못해 파산한다며 대서특필한다. 논란은 없었고 한마디로 농담을 다큐로 받은 거다. 

번역은 언어만의 영역이 아니라고 나는 이미 이전 글에서 언급했다. 기독교 성경을 번역해도 당시 역사, 사회 풍습, 문화에 관한 정보 없이 언어 지식으로만 번역한다면 그건 따질 필요도 없이 오역이다. 정도야 덜하겠지만, 요즘 영문 기사를 번역하는데도 영어 실력만으론 정확한 번역을 하기 어렵다. 미국의 의료제도에 대한 전반적 지식 없이 미국발 의료 기사의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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