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언론 기레기 시리즈 [41]: 조선일보 이옥진 기자
살다 보면 간혹 말도 안 되는 생떼 쓰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기소될 경우 대통령 사면권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할 거라고 했었다. 굳이 헌법학자 동원하고 상식 운운하지 않아도, 정상적인 대뇌구조를 가진 사람에게 대통령의 자기 사면은 차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정말 양심과 윤리 의식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악한 범죄자의 사고방식이다. 헌법을 제정할 당시 그러한 경우의 수를 확실하게 따지고 명시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며칠 전 난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조선일보 이옥진 기자가 내 블로그 시리즈 글 '찌라시 언론 기레기 시리즈'에 자신과 관련된 글 [6], [14]를 다음에 명예훼손으로 신고했다. 난 나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내가 이옥진 기자라 생각하고 글을 정독했지만, 명예훼손이라 신고한 건 그 어느 기준으로도 언어도단이란 생각이 든다. 아래는 다음에서 온 관련 이메일이다.
시리즈 글 [14]에선 영국 인디펜던트 기사를 오역한 미국 정치 기사를 지적했다. (왜 영국 언론 기사를 번역 인용하여 미국 정치 기사를 썼는지 모르겠다. 이는 한국 기자가 수많은 미국 언론 놔두고 호주 언론 기사를 인용하여 미국 정치 기사를 쓴 거와 같다.) 아래 코리 부커 미 상원의원이 한 말 영어 원문, 내 번역 그리고 이옥진 기자의 기사를 인용한다. Turf는 '진흙'이 아니고 '터'나 '영역'을 의미한다. On one's turf란 관용구 뜻을 모르니 오역은 필연이었다.
"If we try to fight Donald Trump on his turf, not only will both of us get muddied, but the country suffers as a result. And so I'm confident in my strength. I'm confident in my toughness." - Cory Booker
만약 우리가 다널드 트럼프의 텃밭에서 싸우려 한다면 (막말하는 트럼프의 언어 영역을 빗대는 말), 우리 모두 진흙탕에 뒹굴게 될 뿐 아니라, 그 결과 나라까지 고통을 받게 된다. 난 나의 강점을 확신하고, 나의 강인함에 자신이 있다. - 코리 부커 (번역 저작권자: Elliot)
[기사 인용]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 의원도 "트럼프가 던지는 진흙(turf)에 맞서 싸우려고 하면 우리도 진흙투성이가 되고 나라는 몸살을 앓게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에이미 클로버샤 등은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행정부'라는 표현으로 트럼프를 완곡하게 비판하고 있다.
같은 기사엔 다음과 같은 오보도 있다.
[기사 인용]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1% 바이든'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바이든이 지금껏 세 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지지율 1% 이상을 얻지 못한 것을 비꼰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019년 4월 25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고 공식 발표했으니 이 기사가 쓰인 2월 23일엔 세 번이 아닌 두 번 민주당 경선에 나왔고, 지지율이 1%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1988년 대선엔 나오자마자 연설문 표절 시비로 사퇴했고, 2008년엔 지지율 2%~4%였다가 오바마 부통령 러닝메이트가 되었다. 1%라는 건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트럼프가 지어낸 100% 허위 사실이다. 트럼프가 거짓 선동했다고 하지 않고 마치 사실인 양 쓴 건 명백한 오보다.
명예훼손이 있었다면 그건 오역과 오보를 지적한 내 글이 아니고 자신의 얼굴에 스스로 먹칠한 이옥진 기자의 함량 미달 기사여야 한다. 벌거벗고 활보하는 왕을 향해 왕이 벌거벗었다고 말하니 왕의 명예가 훼손된 걸까, 아니면 왕이 벌거벗고 활보할 때 이미 왕의 명예가 실추된 걸까? 그런 이유로 이옥진 기자가 내 글을 명예훼손으로 신고한 건 적반하장이다.
이옥진은 동료 조선일보 기자들과 함께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시리즈'로 기자협회 기자상까지 받았다. 그런데 이처럼 외신을 제멋대로 인용, 번역하여 자기 기사화한다면 기사로 비난한 한국 기자들의 죄의식 없는 표절 행위와 뭐가 다른가? 외신 기사를 번역한 기사는 당연히 저작권법에 따라 기사 링크와 함께 언론사, 기자 이름, 기사 제목, 날짜 등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만약 이옥진 기자처럼 외신 기사를 번역 인용하며 '영국 인디펜던트는'이라는 구절만 달랑 기사에 넣어도 된다면, 논문 작성 시 참고문헌으로 밑도 끝도 없이 'IEEE 논문'이라고만 하면 된다. 이런 기본적인 상식의 줄긋기가 안 된다면 기자란 직업을 선택한 자체가 잘못이고, 줄긋기를 고의로 하지 않은 거라면 표절행위에 관한 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문제의 근원은 선진 민주국가에선 사실상 자취를 감춘 지 오랜 '형사 명예훼손법(Criminal Defamation Laws)'이다. 과거 후진 사회의 명예훼손죄는 정부나 권력층이 반대파와 일반인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형사 명예법은 모든 국민 개개인에게 주어진 법적 권리로 둔갑하여 독재국가 시절 '표현·언론의 자유'를 억압당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 형사 명예훼손법 하나로 민주주의 후진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거다. 하는 언행을 보아 애당초 있지도 않은 개개인의 허구적 명예를 보호한다며 모든 국민이 서로의 입을 틀어막고 위협하는 건 그 어느 기준으로도 바보 공화국이다.
한국의 기울어진 법체계로 잔뜩 위축되는 건 다음과 같이 중간에 낀 일반 회사다. 미국과 같은 다른 선진국에선 신고가 들어온다고 무조건 블라인드 처리를 하진 않는다. 그건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며, 회사는 고객을 먼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명확히 명예훼손이란 판단이 서기 전엔 자사의 고객에게 불리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러니까 임시조치로 글을 무조건 블라인드 처리하지 말고 글 맨 위에 '현재 권리침해 신고가 접수되어 검토 중인 글'이란 경고의 메시지를 달아, 조사와 검토가 끝나면 그때 글을 삭제하거나 경고문 없는 글로 복원하는 게 공정하고 이성적인 수순이다.
내가 구체적인 질문을 하여 받은 답변에서 다음은 명예훼손 여부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법체계가 미국과 다르다 해도, 왜 유튜브나 트위터같이 못 하는 걸까? 그 부분이 매우 아쉽다. 다음은 신고자가 어떤 공인 기관의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면 그에 따라 글을 영구 삭제하거나 복구한다. 그런데 내 글은 언론 기사가 아닌 개인 블로그 글이니 그의 명예훼손 여부를 따져줄 공인 기관이 사법부 외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법정 소송을 한다면 30일 이내에 결판이 나진 않으니, 그럴 때 다음이 어떤 조처를 할지 궁금하다.
만약 이옥진 기자의 조선일보 기사를 누군가 명예훼손으로 신고하고 삭제 요청하면 조선일보가 그를 무조건 30일간 블라인드 처리할까? 그건 아닐 거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언론사 기사는 피해자가 신고해도 그냥 놔두고, 블로그 글과 같이 제한적인 건 당장 보지 못하게 임시조치하는 게 어떻게 같은 정보통신법 아래 모순 없이 공존할 수 있나? 그건 조선일보가 자사 기자들을 감싸고 돌 때, 다음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기 위해 신고자 편에 서서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선 언론사가 아니면 아무런 근거 없이도 무조건 신고할 수 있고, 신고하면 자동으로 글을 블라인드 처리하며, 글쓴이가 30일 이내에 복원 신청을 할 수 있다. 복원신청을 하면 다시 그때부터 30일간 신고자에게 공인기관의 증명서를 제출하라 하고, 못 하면 글을 복원하는 거다.
한국의 이러한 비극적 현실에 대해 난 깊은 생각을 해봤다.
악법으로 언론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실을 떠나, 한국보다 미국에서 산 세월이 훨씬 긴 내가 보는 한국 사회의 단점은 이성적인 대화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건 아마도 평소 이성적인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사를 '도' 아니면 '모'로 해결하려는 건 모자란 극단주의다.
내 글의 주제가 된 언론인들에게 충심으로 조언한다.
만약 내 글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거나, 표현이 지나친 부분이 있어 공개·비밀 댓글로 그를 전달하면 난 얼마든지 그를 참작하고 수정할 의향이 있다. 지금까지 딱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수정이 아닌 글 전체 삭제 요청이어서 당연히 거절했었다.
결론은 아무리 법체계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해도 이런 억지를 용납하면 안 된다. 이번 경우와 같이 근거 없는 악의적인 신고에 대해선 그 기자에 관해 또 다른 기레기 시리즈 글을 올릴 거다. 그걸 또 신고한다면 또 다른 하나를.... 그래야 다음 측에서도 신고자가 제도 악용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상습적 허위 신고자에겐 어떤 식으로든 벌칙과 그에 따른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이 악의로 상습적 신고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허위 신고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심각하게 고려할 예정이다.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하면 내가 한국에 갈 필요도 없이 모든 걸 다 대행해 준다는 걸 난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로 인해 언론과 SNS에서 형사 명예법과 그의 오·남용에 따른 악영향이 공론화된다면 전 국민을 배심원으로 한 여론 재판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입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자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죄의식없는표절대한민국'으로 기자상을 받은 기자군요.
ReplyDelete자신 스스로가 이런 번역 기사를 자신의 기사인 양 싣는 것'
재밌습니다.
미국의 뉴스를 현지 미디어의 영어 기사로 다 읽은 후
같은 주제와 같은 맥락의 내용을 쓴 한국 기사를 읽는
이중 문화권의 독자들이 종종 발견할 수 있는
한국 미디어의 기자들의 실수 내지는 고의적인 실수들입니다.
한국 언론계에선 외신 기사를 2~3개 짬뽕하여 버벅대며 번역하곤 출처를 적당히 얼버무리고 마치 그게 자신의 기사인 양 보도하는 게 관례로 굳었습니다. 그리곤 기사가 뜨자마자 수십 명의 다른 기자들이 안면 몰수하고 그걸 다시 베껴서 인용합니다. 이옥진 기자처럼 죄의식 없이 표절한다며 남 허물만 지적하는 모순.... 참 가관인 거지요.
Delete그게 모자라서인지, 사악한 내로남불인지는 개인 별로 다를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