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언론 기레기 시리즈 [8]: 조선일보 권승준 기자




'사실'이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고, 양측이 동의하거나 적어도 합리적인 의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그게 아니라면, 불과 몇 달 전까지 이명박에 관한 모든 의혹은 검찰 수사나 법원 판결에 의해 근거 없는 게 사실이었다. 

여기 '사실'이 어떻게 정의되는지도 모르는 조선일보 권승준이란 기레기의 2018년 4월 14일 자, 제목부터 아주 많이 웃겨주는, 함량 미달 기사가 있다. 

권승준 기자

 [Why] 양치기 소년처럼 틀리고 또 틀려도… 김어준의 사과는 없다 

난 이 기사를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게, 기자란 직업을 떠나 도대체 한 인간으로서 어떤 지적능력을 갖췄으며, 또 어떤 의도로 글을 썼느냐였다. 한참 모자라서 너무나 자명한 내로남불의 모순점을 보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후안무치가 그러잖아도 가느다란 양심을 압도해서일까? 직장에서 사주와 상사가 원하는 글을 써야 안정된 직업을 유지한다는 소위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소극적 선택인가, 혹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회사지만 그를 보는 혜안이 없기에 그저 진급하고 출세하기 위한 무모한 야망일까? 이러나저러나 정신의학, 심리학, 사회학 분야의 좋은 연구 대상임이 틀림없다. 

권승준의 글로 판단하건대, 아마도 그는 학교 다닐 때 달달 외우기나 잘했지 사물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많이 부족했지 싶다. 고동색은 권승준 기사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1. 

"세월호는 고의 침몰이다"

"희생자 모독하는 주장"이란 비판 쏟아져도

자신이 만든 다큐 개봉 

김어준과 김지영 감독이 지난 수년간 파파이스 파드캐스트(Podcast) 인터넷 방송에서 여러 회에 걸쳐 세월호 관련 자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걸 보고도 저따위 말을 한다면 권승준은 지능 검사할 필요 없이 저능아다. 만약 보지 않고 비판한 거라면 황색 언론인임을 자진 폭로한 거다. 김어준은 고의 침몰이라 단정하지 않았고, 고의 침몰로 볼 수 있는 증거를 제시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그 증거를 반증명한 사람은 없다. 고로 김어준이 제기한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이다. 

매사를 흑백논리로 보는 권승준이 이해하지 못할 게 하나 있다. 미국 법정에선 '유죄(Guilty)', '무죄(Innocent)'가 아닌 '유죄(Guilty)', '유죄 아님(Not Guilty)'을 가린다. 즉, '유죄'가 아니라고 자동으로 '무죄'가 되진 않고, '유죄'를 주장하는 측에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검찰은 '합리적 의심이 없는(Beyond a reasonable doubt)' 수준으로 증거를 제시하고, 배심원단이 만장일치 유죄 평결을 내야 재판장은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을 할 수 있다. 법정에서 '유죄 아님' 판결을 받았다고 '무죄'라 주장할 순 없는 거다. 이게 머리에 와닿지 않는다면 권승준은 촌지에 취해 인생을 낭비하며 나이만 먹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모든 걸 떠나, 이 세상에 진실을 밝히려는 의도와 과정이 희생자를 모독할 순 없다. 

박근혜의 청와대는 홈피에 "이것이 팩트다"라는 코너를 만들어 세월호 참사 당일 일정을 나열했지만 지금에서야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가 세월호에 관한 정부의 거짓말을 그대로 보도하고 사실을 왜곡한 거 사과했나? 

2. 

"황우석이 피해자다"

서울대 조사와 검찰 수사로 근거 없다고 밝혀졌어도

황우석 피해자설 고집 

한국인의 99%가 초창기엔 황우석이 피해자란 입장이었다. 나도 처음에 관련 사실이 전부 밝혀지지 않았을 때 황우석이 공격당한다 생각하여 블로그 글을 올렸고, 그 후 시일이 지나면서 2~3편의 글을 통해 황우석이 사기꾼이라 견해를 바꾸었다. 그러나 그게 관련 단체와 검찰 등의 조사 결과는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 검찰, 국정원의 조사는 전혀 믿을 게 못 된다. 검찰은 국정원의 간첩 조작에 의도적으로 가담하고도 담당 검사들을 무혐의 처분한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무혐의를 정당화하기 위해선 적어도 무능한 검사들을 파면했어야 한다. 얼마나 모자란 인간이면 단순히 한국 검찰 조사 결과가 이러이러하니 그게 진실이라 말할 수 있나? 김어준도 황우석 사건이 진행되며 시각이 달라졌었다. 조선일보가 황우석 옹호한 건 사과했던가? 

그리고 황우석을 옹호하는 기사가 딴지일보에서 지금 모두 삭제된 상태라며 마치 김어준이 지운 것처럼 왜곡하는데, 딴지일보가 해킹당해 많은 기사가 사라진 거 다 아는 사실이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기사인 광우병에 관한 진실을 다룬 3편도 다 없어졌다. 권승준은 입이 삐뚤어져 바른말을 해도 삐딱하게 입 밖으로 나오는 거 같다. 

3.

"정봉주, 성추행 안했다"

신용카드 기록 나와 정봉주 거짓 드러났는데도

끝까지 사과나 해명 안해 

김어준은 블랙하우스에서 정봉주가 성추행 안 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 피해자 측은 그날 오후에 정봉주와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만났다 주장했고, 정봉주는 그날 낮 12시경부터 오후 5시까지 5~10분 간격으로 사진 780장이 있다며 김어준에게 넘겨 주었다. 김어준은 그 사진 증거를 확인하고 정봉주의 당일 5시간 동안 알리바이가 있다는 걸 정리하였을 뿐이다. 그건 정봉주가 6시 43분 영수증을 공개하며 자신이 여의도에 간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도 진실이다. 피해자나 정봉주나 시간대를 착각하여 그런 일이 생긴 건데, 난 왜 김어준이 시청자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김어준이 없는 사실을 꾸미거나 아는 사실을 숨기며 정봉주를 지원했나? 정봉주가 성추행 안 했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를 했던가? 사과해야 할 사람은 정봉주고, 김어준은 사과를 받아야 한다. 조선일보가 방가네 인물 장자연 관련설을 부정한 허위 기사에 대해 사과했나? 

4. 

18대 대선이 기획 부정선거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영화 '더 플랜'은 자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로 선관위에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19대 대선 전 선거방식을 간단히 바꾸자는 게 요지였다. 18대 대선이 설사 부정선거라 드러난다고 박근혜가 통치한 세월을 무를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관위는 합리적인 의구심에 따른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은 하지 않고, 19대 대선이 "끝나고" 영화제작팀이 "요청하면" 투표지 현물의 직접 검증에 응하겠다며 동문서답을 했다. 한마디로 김어준과 영화가 무얼 주장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거다.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 기록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조작, 파기하는 나라에서 18대 대선 투표지 현물이 제대로 보관되었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나? 조선일보가 18대 대선 때 국정원 불법 행위 옹호하고 박근혜 편든 기사, 그리고 그를 제대로 수사하려는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서 덮은 거 사과했나? 

5. 

박근혜 5촌 조카 살인사건도 제대로 양측 의견을 다 들었다면 경찰 조사 결과를 고장 난 녹음기처럼 트는 저런 한심한 기사를 쓰진 않았을 거다. 

인양한 세월호 선체 사진을 보면 바닥에 긁힌 자국이 무수하다. 장님이 아니라면 닻줄에 긁힌 자국이 없다는 단언을 하진 못한다. 

합리적 의구심으로 이성적 반론을 펼칠 능력이 안 되면 잠자코 있는 게 애국이다. 이런 허접스러운 논리로 글을 쓴다고 다 기사가 되는 건 아니고, 기자가 되려면 적어도 최소한의 논리력은 갖고 있어야 한다. 독재 시절로 회귀하자는 인간이 아니라면, 지난 10여 년간 한국 언론에 김어준만큼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인물은 없다고 말할 거다. 그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제시한 이성적 질문에 대해 정부가 그 수준에 맞는 답변을 한 적은 없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정부 대변인이 입만 열면 거짓말하고, 나중에 거짓이라 밝혀져도 '아님 말고' 한 거 조선일보가 단 한 번이라도 비판 기사 썼던가? 그런데도 김어준을 근거 없이 양치기 소년이라 몰아붙이는 권승준은 이제는 한국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대표적 적폐 기레기일 뿐이다. 

권승준에게 충고한다. 신통찮은 머리로 김어준 반박한다며 도표까지 만들 그 시간에, 그동안 조선일보가 왜곡한 거나 총정리하고 반성하길.... 이명박 촌지 받은 조선일보 기자들이 지난 10여 년간 침묵하고 사실 왜곡하여 희대의 사기꾼이 나라를 5년간 말아먹게 한 거 왜 사과하지 않나? 

양치기 소년은 3번째 거짓말하다 늑대에 잡아먹혔지만, 조선일보는 양치기 노인네가 되어서도 사과는커녕 여전히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 기자들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권위를 부여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말만 인용하는 게 특기니, 난 여기 영국 소설가 Graham Greene이 한 언론인에게 해준 말을 인용한다. 두고두고 곱씹어 보길.... (솔직히 또 오역할까 두렵다.) 

"A petty reason perhaps why novelists more and more try to keep a distance from journalists is that novelists are trying to write the truth and journalists are trying to write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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