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언론 기레기 시리즈 [9]: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
제목부터 마치 조직폭력배가 내뱉은 말같이 들려 인상이 찌푸려진다. 요즘 '무인' 답다는 게 과연 뭘 의미하는 걸까? 21세기 민주 법치국가의 한 시민으로서, 또 공무원으로서 '무인'과 '문인'의 책무와 행동거지가 달라야 한단 말인가? 제목에서 편견에 가득찬 마음을 본다.
칼럼의 첫 문장, "필자가 취재한 바로는 '기무사 계엄 문건'이 만들어진 상황은 이렇다."부터 기자의 취재 기본기가 빠져 있다. 제대로 교육받은 기자라면, "익명의 관계자", "내부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 "신원 밝히기를 거부한 전문가", 혹은 익명일 필요가 없다면 "XXX에 의하면" 등으로 출처를 밝혔어야 한다. 그리고 기자가 기사를 쓸 때 자신을 지칭하며 '필자'라 하는 거보단 '기자'라고 하는 게 어울린다. '필자'가 아닌 '기자'로서 취재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보식은 두 번째 단원에서 "(2017년) 2월 중순.... 3월 10일" 운운하며 본질을 호도하는데,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위 연대표와 함께 보면, 법적 권한이 없는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이미 2016년 11월 이전에 불법적으로 계엄령 문건을 단독으로 검토·작성하였고, 다음 해 2017년 2월에 가서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그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말이다.
그건 계엄령을 검토하고 관련 문건 작성할 권한이 전혀 없는 기무사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며, 그를 허용한 한민구도 법을 어긴 건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되었으니, 2016년 11월 3일 기무사가 작성한 문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허가가 있어야만 합법이고, 만약 12월 9일 이후에도 박근혜가 관여했다면 그건 대통령까지 불법행위에 가담한 거다. 한편, 최보식이 주장한 대로 2017년 2~3월에 기무사령관이 국방부 장관 묵인하에 그러한 문건을 작성했다 해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허가 없이 했다면 여전히 불법이긴 마찬가지다.
이래도 이해가 안 간다면 내가 친절히 예를 하나 들어준다.
한 동료가 최보식이 술 처먹고 지랄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그를 납치, 감금하고 6개월간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문할지 다른 동료와 작당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최보식이 주사를 부리기 전에 그 전모가 드러났다. 그렇다면 그게 그냥 허허 웃으며 "미수니까 별것도 아닌걸...." 하고 끝낼 수 있을까, 아니면 경찰이 철저히 수사하여 전모를 밝히고, 관련자 법적 처벌을 해야 할 일일까? 그리고 그게 제왕적인 발상인가, 아니면 정확한 법리적 판단인가? 개인에 관한 것도 그럴진대, 하물며 국가를 불법폭력으로 접수하려는 음모를 그냥 넘긴다? 최보식이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그에게 지능검사 및 정신과 진단 받아보길 권한다.
게다가 문건 내용을 보면,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이 권한을 회복한 때임에도, 제멋대로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대통령 직속 기관인 안기부 권한까지 탈취하고, 국회를 마비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상식적으로 대통령이나 대통령권한대행이 인정할 친위 쿠데타가 아니고 대통령을 짓밟고 올라서려는 그냥 쿠데타 음모였다. 그래서 난 박근혜나 황교안이 이 문건의 존재에 대해 몰랐을 가능성이 있고, 설혹 알았다 해도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고 추정한다. 바보가 아닌 담에야 어느 대통령이 자기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계엄령에 동의하나? 이를 기레기의 언어로 '과포'라 할지 모르나, 법의 언어론 '내란죄'라 부른다.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최보식은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절을 겪은 1960년생이다. 당연히 민주화 운동관 거리가 멀었겠지만, 위수령, 계엄령 아래 진실을 전하려는 양심적인 언론인들은 해직당하고 감옥 가던 시절을 살아온 세대다. 그런데 그는 그런 역사의 비극을 반복하려는 군인과 군인 출신을 옹호하고 있다.
어쩌면 최보식은 언론통제로 기무사나 안기부에서 내려주는 기사 제목을 받아 그대로 기사화하던 언론의 무경쟁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론사의 흥망성쇠는 기자, 기사의 경쟁이 아닌, 사주와 독재자 및 그 하수인이 술집에서 주고받는 대화와 향응 및 촌지로 결정되던 단순한 시절이었다. 그래서 단순한 최보식은 계엄령이 선포되고, 언론인, 국회의원이 줄줄이 알사탕처럼 체포되어 고문당하고, 일반인은 공포에 떨며 보고도 못 본 체, 듣고도 못 들은 체,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고 사는 세상을 향수하는 거다. 군부와 독재자에 동조하는 기자들에겐 스트레스 없고 초고속 승진까지 하는 참으로 좋은 세상이었을 테니까.
평화적인 시위가 헌법이 보장한 민주주의의 꽃이란 사실조차 모르고, 더구나 우파가 뭔지도 모르는 최보식같은 기레기는 도태되어야 한다. 한국엔 이념적 우파가 부재한다. 그 이유는 그동안 반민주/친독재/친일 부정부패세력이 우파를 자처하고 권력의 핵심에 군림하여 이념적 우파 설 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군부의 쿠데타를 미화하고 독재자를 숭상하는 우파는 한국 빼고 없다. 그 이유는 법치민주국가에서 민주 질서를 어지럽히는 게 보수의 가치일 순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자유한국당을 보면 딱 '도로종박당'이란 표현이 적합한 이유다. 이들은 그토록 많은 범죄 사실이 밝혀졌어도 여전히 박근혜 탄핵이 잘못된 거라 박박 우기며, 위대한 촛불혁명을 민심이 아닌 일부 불순세력이라 부른다. 박정희 시절 경호실장 차지철의 1~2백만 명만 탱크로 깔아뭉개면 잠잠해진다는 시각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거다.
난 최보식의 칼럼 기사를 읽으며, 오래전 장자연 사건 때 조선일보 김대중 기자가 "내가 방사장이랑 같이 술 마셔봐서 아는데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 쓴 사설, 아니 소설을 읽었을 때만큼 쓴웃음이 났다. 조선일보는 여전히 조폭 조직처럼 상명하달식으로 운영되며, 그에 따라 가짜·왜곡뉴스를 조직적으로 생산하는 찌라시일 뿐이다. 그런 조직에서 잘나간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한국인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바로 민주주의란 제도 때문에 자기처럼 비민주적이고 모자란 인간도 똑같이 평등한 권리를 누리며 살고 있다는 모순된 사실을 최보식은 깨닫기나 하는 걸까? 심히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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