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언론 기레기 시리즈 [16]: 블룸버그 뉴스 이유경 기자
잠깐 이 글을 쓰게 된 배경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가 국회 연설하며, "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문재인 정부는 좌파 포로 정권", "촛불 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 센터"라는 막말을 했다는 뉴스에, 난 왜 그가 '국(민)썅(년)'이라 불리는지 한순간에 이해했다. 자기는 과거 이사람 저사람 줄타기하다 '관기'라 불린 게 그렇게도 억울하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여 상대방 구속되게 하였고, 딸 부정입학 정확히 보도한 기자를 적반하장 격으로 소송하곤 도리어 부정입학이란 증거만 더 밝혀지고 패소했다. 이는 내가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용서할 수 없고, 나는 남을 아무렇게나 불러도 된다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현 정권이 좌파 포로 정권이라면 자유한국당 전신 새누리당은 친박 포로 정권이었나? 그리고 전 세계가 부러워한 위대한 민심의 촛불혁명을 여전히 마치 불순 세력의 난동쯤으로 생각하는 뼛속까지 친독재 성향이다. 새누리당이야말로 최순실에 휘둘린 심부름 센터였다. 그에 대한 자성의 소리 단 한마디 있었던가? 뻔뻔함도 이 정도면 정신과 진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경원이 문 대통령을 김정일의 수석대변인이라 한 건 자기가 아니고 외신이라 주장하면서 불똥이 다른 데로 튀었다. 난 지금껏 미국 주류 언론에서 문재인을 김정일 대변인으로 표현한 기사나 방송을 본 기억이 없다. 실제로 전 세계가 남북, 북미 협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대세며, 유일하게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은 트럼프 하는 짓이 죄다 미운 일부 미국 진보 정치세력, 북한의 위협을 정권유지에 활용하는 일본 극우파 아베 정권, 그리고 한국의 태극기 부대 집합소 자유한국당 정도이다. 그나마 미국 내 비판적인 시각은 문재인이 아닌 트럼프에 쏠린다. 그런 이유로, 난 기사를 찾기 전부터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찾아보니 블룸버그 뉴스 이유경(Lee, Youkyung) 기자의 기사다.
☞ 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대한민국 문재인은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되었다.)
그가 미국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이름부터 한국인이다. Boston.com ☞ 기사에 의하면, 이유경은 미국 커네티컷주 미들타운에 위치한 웨슬리언(Wesleyan Univ.) 대학에서 영어/불어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고, 연합통신에서 4년 간 소비자 제품 기술(Consumer Technology) 및 경제에 관한 기사를 썼다. 한국 국영 방송국(KBS?)에서 통역도 하고, LA Times에 기사를 송고하기도 했다. 그후 AP 통신으로 직장을 옮겨 한국과 아시아의 기술에 관한 기사를 쓰다가, 2018년 9월 블룸버그 뉴스로 이직한다.
북미협상 시 서울신문이 전문가 10인으로부터 의견을 들었는데, 그 모두가 남자라며, 이유경은 자신이 대학 신입생 시절 들은 국제관계 과목을 남자에게나 끌릴 주제라 생각하고 흥미를 잃었던 게 자신의 무의식적 편견이었다 트위터에 고백한다. 그리곤 하루아침에 한국정치, 남북, 북미 관계의 전문가가 된 양 기사를 남발한다. 요즘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 분야로 진학하는 여학생 수가 엄청 많아진 거와 같이, 여성이 정치, 국제관계에도 관심을 갖는 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남자이기 때문에 또는 관심만으로 전문가가 될 순 없다. 이유경이 든 10인의 전문가는 남자여서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게 아니라, 그 방면에서 대학원 학위를 취득하고도, 직장에서 수련받아 근무한지 수십 년 되는 사람들이다. 기실 이유경의 가장 큰 무의식적 편견은 대학 시절 정치, 국제관계에 흥미를 잃은 게 아니고, 아무런 준비 없이 자기도 하루아침에 전문가 수준의 정치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소박한 착각이다. 그의 정견이 기껏해야 극우파 수준의 무논리와 생떼에 기반을 두었다는 사실이 그를 증명한다.
그가 쓴 남북관계 기사는 태극기 부대 주장을 영어로 번역해 놓은 수준이고, 심지어 한일관계에 관한 기사도 항상 일본 정부 관료의 발언을 먼저 소개하고, 한국은 뒷전으로 밀린다. 그나마 문제의 근원을 따지지도 않고, 단순히 일본이 항의하면 한국은 구차한 변명이나 하는 거처럼 기사를 쓴다.
이유경 기자의 문제가 된 기사를 읽어보면, 제목엔 문재인이 김정일의 수석대변인이라 기정사실처럼 해놓고, 기사 내용엔 눈을 씻고 봐도 그 근거가 없다. 인용한 전문가, 컬럼비아 대학 정치학과 겸임 교수 및 동 대학 한국 사회 연구소 수석 이사, 스티븐 노퍼(Stephen Noeper)는 오히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사 인용] "I don't think of Moon as Kim's spokesperson, but rather a leader who realizes he needs both Kim and Trump amenable to agreement," said Noerper. Moon's approach "risks accusations of compromise, but in reality is geared toward effectively managing two outsized egos."
[Elliot 번역] "난 문재인이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곤 생각하지 않고, 김정일과 트럼프의 합의하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깨달은 지도자라고 봅니다." 라고 노퍼는 말했다. 문재인의 접근법은 "타협한다는 비난을 감수하겠지만, 현실적으론 간이 배 밖에 나온 두 자존심 덩어리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겁니다."
이유경은 한국 기레기 출신 아니랄까 봐, 컬럼비아 대학이란 설명 없이 그냥 한국 사회 연구소(The Korea Society)라고 달랑 적어놨다. 한국 사회 연구소란 명칭은 다른데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 기사의 육하원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불량이다.
인용한 구절은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문재인이 유능하다며 칭찬하는 글이다. 이건 한국 찌라시 언론, 기레기 기준으로 봐도 정말 초대형 엉터리 기사다. 심지언 5.18이 북한 특수부대의 작전이었다고 주장하는 태극기 부대도 나름 조작한 증거를 들이민다. 그런데 이유경은 아무런 근거 없이 얼토당토한 제목만 가져왔다. 결국 문재인을 김정일 수석대변인이라 주장하는 사람은 기자 자신뿐이라는 말이다, 그것도 그냥 감정적으로.... 기레기란 명칭으론 이유경을 더는 기술할 수 없고, 또 다른 신조어가 필요할 지경이다.
기사에선 트럼프가 김정일을 '잔인한 독재자'로 불렀다며 거의 2년 전 것을 가져다 인용했다. 그리곤 문재인이 유엔에서 김정은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며 비교한다. 그러나 김정일과 협상을 시작한 후 트럼프는 "김정은이 나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보냈고, 우린 사랑에 빠졌다." 말했다. 또 북한에 억류되어 고문당하고 풀려나 미국에 오자마자 사망한 미 대학생에 관한 질문엔, "자기가 모르는 사이 일어난 일이라는 김정은의 말을 나는 믿는다. 만약 김정은이 일찍 알았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라고 답변했다. 이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 아니라, 그야말로 외사랑하는 하수인이다.
그럼에도 구글 검색으론 트럼프를 김정일의 대변인이라 지칭한 언론 기사나 문서가 전 세계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이유경은 체리따기로 사실을 조작, 왜곡하며 엉성하기 짝이 없는 한국식 가짜뉴스를 만든 거다. 그는 미국 언론사에 근무하면서도 여전히 사대사상에 찌든 한국 극우 언론인처럼 행동한다. 똑같은 언행도 한국인이 하면 종북(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 비판하고, 미국인이 하면 외면, 침묵하는 이중잣대.... 청와대의 이유경 기자 기사 비판을 언론탄압이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전신 새누리당은 과거 박근혜가 대선 후보일 때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국내 외신에 공문을 보낸 적이 있다.
이유경은 지난 2월 나경원과 인터뷰한 기사도 썼다. 나경원이 평소 블룸버그 뉴스 영문 기사를 읽을 가능성은 전혀 없겠고, 알려줘도 제대로 읽고 해석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십중팔구 이유경이 나경원에게 "문재인은 김정일 수석대변인"이란 기사를 썼다고 귀띔해줬을 거다. 외신이라면 뜻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껌뻑 죽는 자유한국당 사대주의자들은 그걸 인용하며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진리인 양 떠받든다. 아니면 연합뉴스 시절부터 이유경과 나경원이 개인적 친분이 있어, 나경원이 그런 기사를 주문하고 이유경이 맞춤 생산했을 가능성도 있다. 매국노란 꼭 나라를 팔아먹어야 되는 게 아니고, 바로 이런 유형의 인간이 교과서적 매국노다.
이 글 후속 편:
참고로, 이번 사건을 제대로 보고 쓴 한국 언론 기사가 있어 링크 2개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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