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언론 기레기 시리즈 [17]: 조선일보 최연진 기자

최연진 기자

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국의 후보자 청문회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관한 기사 제목이 '주식 투자', '주식 보유'라 기사 하나를 골라 읽어봤다. 실망스럽게도 "주식 보유자산이 너무 많다", "변호사인 남편이 주식투자의 귀재다" 등등 왜 후보자로 부적격한지 전혀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찌라시 가십성 기사였다. 그러다가 며칠 후 조선일보 최연진 기자의 관련 기사 제목이 내 눈길을 확 끌었다. 왜냐하면 이미선 판사가 자신과 남편이 보유한 주식과 관련된 회사 소송을 맡았으니 그건 불법이어야 하고, 당연히 비윤리적인 행위였기 때문이다. 

☞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자신이 13억대 주식 가진 회사 재판 승소 판결 내린 전후 주식 추가 매입 

특정 정치인의 말을 확인 없이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한 게 흠이었지만, 난 최연진 기자의 기사를 읽고 솔직히 감탄했었다. 수많은 기레기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미선 후보자를 공격하며 딴죽 걸 때, 이처럼 정확히 핵심을 파악하고 진실을 알리는 기자가 조선일보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난 이미선 후보자는 자진 사퇴하거나 청와대에서 후보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글을 써 올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올리기 직전, 한겨레 김원철, 서영지 기자의 다음과 같은 기사 제목을 보고 궁금하여 읽었다. 

☞ 이미선 후보자, 주식거래 의혹 3대 쟁점 따져보니 

결론부터 말하면, 혹시나가 역시나라고 조선일보 최연진 기자는 진실을 비틀어 왜곡하는 기레기 중에서도 으뜸 기레기였다. 조선일보 최연진 기자의 기사와 한겨레 김원철, 서영지 기자의 기사를 부분 인용하여 비교해 보자. 

<조선일보 최연진 기자> 

8일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8년 코스닥 등록사인 이테크건설의 건설 현장 설비 피해 사고 관련 재판을 담당했다. "이 건설사의 하도급 업체 과실로 정전이 발생, 설비 피해 등이 발생했기 때문에 업체 측이 배상해야 한다"며 보험회사가 제기한 민사 소송이었다. 당시 이 후보자는 이 회사 주식 1432주(약 1억8286만원어치·2017년 12월31일 기준)를 보유한 상태였다. 이 후보자의 남편 오 변호사도 2017년 말 이 회사 주식 9200주(약 11억7484만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이 주식을 매각하지도, 재판 회피 신청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법관윤리강령은 재판의 공정성에 의심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경우 관련한 경제적 거래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그해 10월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했다. 이테크건설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 전후로 이 후보자 부부는 이 회사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말 이 후보자의 주식은 460주 증가한 1892주(약 1억5230만원)가 됐고, 오 변호사 역시 6500주 늘었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주식 평가액은 줄었다. 

사건의 진실을 알릴 의무가 있는 기자가 자신이 직접 발품 팔아 관련 회사나 사법부 재판 기록을 조회하여 재확인 하지 않고 한 정치인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다. 이건 자유한국당 주광덕의 수석 대변인 노릇이며, 언론의 기본기조차 갖추지 못한 기레기의 소행일 뿐이다. 기자질을 이렇게 하려면 현장에 가긴커녕 회사에 출근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으로 검색 몇 번 하고, 자기 맘에 드는 것만 골라 그냥 이 사람이 이랬다, 저 사람이 저랬다 하며 인용 기사를 작성하면 된다. 

최연진 기자의 기사를 읽으면 이테크건설 측 손을 들어줬다며, 마치 이 후보자가 대법관 윤리강령을 어긴 것처럼 몰아간다. 그런데 아래 한겨레 기사 인용한 걸 보면 최연진의 기사가 두리뭉실 완전히 엉터리 주장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이 후보자가 맡은 사건은 보험회사와 사고를 낸 이테크건설 하청업체의 소송이다. 다시 말해서, 이 후보자는 이테크건설 측 손을 들어준 적도 없고,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소송 결과와 이테크건설, 더구나 주가완 전혀 상관이 없는 거였다. 보험회사와 하청업체 모두 이테크건설을 위해 일하는 회사라 어느 쪽이 이테크건설 편이라 가를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한겨레 기사 내용 중 주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게 아니라 '전혀' 없다고 해야 옳다. 보험회사가 패소하면 보험회사가 1억 6천만 원 지출한 게 되고, 승소하면 하청업체가 1억 6천만 원 배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겨레 김원철, 서영지 기자> 

이테크건설로부터 배관공사를 하청받은 업체가 기중기 사고를 내 정전 피해를 입히자, 이테크건설을 피보험자로 둔 삼성화재가 1억6000여만원을 배상한 뒤 기중기 업체의 공제보험사인 화물차운송연합회에 배상액을 물어내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하지만 이 재판은 원고가 삼성화재, 피고는 화물차운송연합회로 이테크건설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재판이었다. 재판의 쟁점 역시 해당 사고에 따른 피해를 누가 배상할 것인가였고, 소송액 역시 크지 않아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테크건설 주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도 전직 법조인이라는데 이런 주장을 폈다면, 그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진해서 자신의 무지, 무능함을 폭로하는 것이고, 최연진 기자가 듣고 받아쓴 거라면 역시 부화뇌동이나 하는 무뇌아급 기레기라는 걸 선전한 거였다. 게다가 두 사람은 주식에 대해 ABC도 모르는 문외한이다. 최연진 기자는 4월 9일(화) 이미선 후보자에 관한 첫 기사를 쓰고, 11일(목), 12일(금) 연속해서 기사를 두 번 더 썼다. 이 정도면 윗선에서 특별 지시가 있기 전엔 불가능한 업무수행이다. 이게 바로 질보단 양으로 인해전술을 펴서, 정보력이 떨어지는 노인 독자층을 세뇌하려는 조선일보의 추한 민낯이다. 

불법 내부정보 주식 거래를 의심하는 건 절대로 이상한 게 아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증거나 증인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한 채 막연히 불법 거래로 고발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제대로 된 검찰이라면 고발장 접수한 다음 날 불기소처분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하자면, 재산이 30억 원 이상 되는 사람 그동안 연봉만으론 설명되지 않으니 어떻게 재산을 형성했냐며 모두 고발할 수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관이 된 후 주식을 보유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하는데, 같은 논리로 부동산을 보유한 건 괜찮나? 미국의 경우, 고위 공직자가 되면 주식을 처분할 필요 없이 제삼자에게 맡기고 직접 거래에 관여하지만 않으면 된다. 즉, 주식을 보유해서 부적격자라 말하는 건 부동산을 소유해서 안 된다는 주장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억지다. 

전혀 없는 사실을 100% 창작하여 만든 것부터, 이처럼 해당사항이 아닌데 그걸 억지로 엮어 마치 관련이 있는 것처럼 조작하는 거까지 가짜 뉴스는 여러 단계가 있다. 전자는 태극기 부대, 엄마 부대 같은 사람들이나 빠지지만, 후자는 꽤 이성적인 사람들도 넘어가기 쉽다. 그래서 언론의 중립, 공정성이 중요하고 조선 찌라시같은 가짜 뉴스 제조공장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 

사진을 보니 최연진 기자는 대학 졸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거 같은데, 어쩌다 그 나이에 벌써 뇌세포 활동을 접고 적폐 세력 옹호 프로파갠다에 나섰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한 가닥 양심이 남아있다면 저런 파렴치한 짓을 버젓이 하며 밤에 잠이 제대로 올까? 한 인간이 타락하는 건 한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