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언론 기레기 시리즈 [35]: 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최근에도 월 스트릿 저널 외신 기사를 시리즈로 번역하여 자기 기사인 것처럼 위장하다 걸린 한국 기자가 언론사에서 징계받은 사례는 있지만, 한국 기자들은 외신 보도 시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한 기사를 그대로 베꼈단 걸리기 십상이니 기사 두어 개를 번역, 짜깁기하여 마치 자기가 쓴 기사처럼 올린다. 그건 분명히 저작권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다. 

연합뉴스 이상헌 기자의 '미 백악관 앞에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새긴 워싱턴 DC 흑인 시장'이란 기사는 그처럼 외신을 도용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정당한 인용 절차 (링크나 정확히 어느 기자의 무슨 기사라는 사실을 밝힘) 없이 막연히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기사라며 슬쩍 넘어간다. 

그래서 내가 대신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찾았다. 

 [Washington Post] 'Vicious dogs' versus 'a scared man': Trump's feud with Bowser escalates amid police brutality protests 

(''사나운 개들' 대 '겁쟁이': 트럼프와 바우저의 반목은 폭력 경찰에 대한 시위 와중에 한층 더 심해지고 있다' - 링크를 따라가면 유료 구독자만 기사 내용을 볼 수 있다.) 

이상헌 기자

워싱턴 포스트 기사 일부 내용과 배경 이야기를 요약한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에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란 한 흑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경찰의 무릎에 목 졸려 죽은 사건으로 전국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백악관이 위치한 워싱턴 디씨에선 시위대가 폭도로 변해 5월 29일 밤 대통령 경호대(United States Secret Service)와 백악관 담장 밖에서 대치했다. 다음 날 아침 8시 30분 워싱턴 디씨 시장 바우저(Muriel E. Bowser)와 참모진이 경찰청장과 화상통화를 시작한 지 11분 무렵 화가 잔뜩 난 트럼프 대통령이 바우저를 마구 공격하는 트윗으로 회의는 중단된다.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트럼프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민주당 소속 바우저 워싱턴 시장이 항상 돈과 도움을 청하면서도 워싱턴 디씨 경찰을 시위 진압에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대통령 경호대는 워싱턴 디씨 경찰과 공조하여 시위대를 막았다고 확인했다. 한술 더 떠, 트럼프는 바우저 시장이 "(경찰) 할 일이 아니야! 잘했어!"라고 말했다고 트윗에 소설을 썼다. 

트럼프가 한 말을 인용한다. 

[인용] "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

..........

"Big crowd, professionally organized, but nobody came close to breaching the fence. If they had they would have been greeted with the most vicious dogs, and most ominous weapons, I have ever seen. That’s when people would have been really badly hurt, at least." 

[번역] "약탈을 시작하면, 총격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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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조직된 군중이 모였지만 아무도 (백악관) 담장을 넘진 못했다. 만약 그랬다면 그들은 내가 지금까지 본 가장 사나운 개들과 가장 위협적인 무기를 만났을 거다. 그리고 그들은 최소한 크게 다쳤을 거다." 

"약탈을 시작하면, 총격을 시작한다."는 흑인 민권운동이 한창이던 1967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경찰청장 헤들리(Walter E. Headley)가 한 말로, 경찰 과잉 진압과 인종차별의 상징적 표현이다. 당시 경찰은 흑인 시위자들을 개와 물대포로 제압했다. 이를 종합하면,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지도자임을 자처하는 거였다. 바우저 시장은 "사나운 개들과 위협적인 무기는 없고, 두렵고 혼자인 겁쟁이가 있을 뿐이다. (There are no vicious dogs and ominous weapons. There is just a scared man. Afraid/alone.")라며 맞받아쳤다.

시위자들의 백악관 침입이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통령 가족이 백악관 지하 벙커로 대피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트럼프는 자신의 겁쟁이 이미지를 회복하려고 다음 날 국립공원 경찰(United States Park Police, 지역 경찰은 대통령 관할이 아님)과 군용 트럭 9대로 방위군(United States National Guard)을 동원하여 평화로운 시위대에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면서 백악관 길 건너 교회 건물 앞까지 걸어가서 성경책을 들고 사진 찍는 생쇼를 한다.

이에 바우저 시장은 트럼프가 교회까지 걸어간 길에 "흑인의 생명은 귀중하다 (Black Lives Matter)"라 페인트칠하고 그 거리를 Black Lives Matter 광장으로 명명한다. 

워싱턴 포스트 기사엔 트럼프의 '사나운 개들(Vicious dogs)'이라는 인종차별주의적 언사에 흑인인 바우저 시장의 심사가 뒤틀렸고, 그에 대한 반격으로 트럼프를 겁쟁이(Scared man)라 불렀다고 기술한다. 그런 이상헌 기자는 트럼프가 바우저 시장을 "사나운 개"라 불렀고, 그에 바우저가 트럼프를 "겁쟁이'라 응수했다고 해석한다. 

1960년대 흑인 민권 운동 당시 경찰이 개를 풀어 흑인 시위대를 공격하게 하고 물대포를 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처럼 어처구니없는 오역을 하진 않았을 거다. 더구나 조금이라도 논리적인 사람이었으면, 트럼프가 '사나운 개'가 아니고 복수형인 '사나운 개들'이라 말했으니 그게 바우저 시장이 될  순 없다는 사실을 인지할 법도 하다. 그러니까 기자는 눈치가 느리고, 근본적으론 영알못이라기보다 역알못(미국의 민권운동 역사에 대해 무지함)이다. 

현대 사회는 분야별로만 따로 눈부신 발전을 한 게 아니라 서로 얽히고설켜 사회현상을 한 분야 지식으로만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한 분야만 외골수로 판 전문가들의 수난 시대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의 대중화로 고급 정보가 일반에게도 공개되어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나무가 아닌 숲을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일지라도 미국 역사와 사회에 대해 무지하면 위와 같은 오류를 쉽게 범하게 된다. 

언론계도 사주와 촌지에 안주하기보단 짬짬이 공부를 계속하여 실력을 쌓아야 생존하고 승진하는 환경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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