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언론 기레기 시리즈 [43]: 한국경제 김현석 특파원
다리 통행료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김현석 한국경제 뉴욕 특파원의 '미국인이 비싼 통행료 내는 이유'란 오피니언 기사를 읽게 되었다. 제목만 보면 미국은 전국적으로 왜 통행료가 비싼지 그 이유를 밝힌 기사일 거 같다. 그런데 기사 내용은 뉴요커가 왜 비싼 다리 통행료를 불평 없이 감내하느냐였다.
사실 주민은 불평 엄청 많이 한다. 통행료를 없애자는 정치인도 있었고, 너무 비싸다는 데 동의하는 정치인은 더 많다. 언어의 의미적 오류(Semantic Error) 수준은 아니라 해도, 정확한 사실 보도가 생명인 기사 제목으론 기자의 언어구사력과 자질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미국엔 도로나 교량에 통행료가 전혀 없는 주도 꽤 있다. 그런데 김현석 기자는 딱 뉴욕시 다리 하나를 들먹이며 뉴요커도 아닌 미국인이 정부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이해하여 일산대교 통행료 15배 수준인 통행료도 군말 없이 낸다는 당찬 주장을 한다. 한편 한강 다리 중 가장 비싼 일산대교 통행료를 불평하는 일산 주민은 미국인(뉴요커)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대중이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무료화하려는 이재명은 민영화 개념이 태부족한 표팔이 정치꾼이라고 몰아붙인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하면 앞으로 민간 자본과 기업이 국가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협박까지 한다. 민주 국가건 독재 국가건,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별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있다면 국가사업에 참여하려는 민간기업체다. 왜냐하면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가장 부정부패가 심하고 눈먼 돈 따먹기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쫓아내도 파리 떼처럼 몰려든다. 김현석은 객관적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인이길 포기하고 특정 업계 대변인이 되었다.
하도 수정할 게 많아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하나씩 짚어보자.
☞ [한국경제 특파원 칼럼] 미국인이 비싼 통행료 내는 이유
난 뉴욕시와 근교에 산 지 35년 가까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뉴욕의 비싼 다리 통행료를 불만 없이 내는 사람을 듣도 보도 못했다. 터무니 없이 비싼 이유는 방만한 운영과 부정부패, 직업윤리 개념이 희박한 노동조합에 코가 꿰어 돈이 줄줄 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막대한 다리 통행료 수익금으로 적자 나는 지하철 운행 예산 충당한다고 그를 이해해 줄 정상적인 뉴요커는 없다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뉴욕시 정부가 의도적으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연방, 주 소득세 외에도 3.078%~3.876%의 시 소득세까지 징수하여 저소득층의 진입을 재정적으로 억제한다. 과연 그것 때문에 뉴욕시와 근교 인구억제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뉴욕시로 진입하는 교량 통행료가 엄청나게 비싼 공식적인 이유는 기자가 밝힌 대로 뉴욕시 교통량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 교량과 달리 뉴욕시로 진입하는 방향만 통행료를 받는다.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지하철, 버스 운영 적자를 메꾼다고 하나 적자 나는 주된 이유가 방만한 운영 때문이라 설득력이 부족하다. 막상 뉴욕시 근교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노선 중 하나인 헛슨 라인(Hudson Line) 통근 기차 요금 예를 들자면, 거리에 따라 월 $248(33만 원)부터 $536(72만 원)이라 싸지도 않다.
$2.75(3,685원) 지하철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군말 없이 낸다는 말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지하철 서비스와 지하철역 환경은 잦은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열악해졌다. 그래서 무임 승차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 2022년 통계에 의하면 이용자의 13.5%(하루 40만 명)에 달한다. 버스는 더 심해서 이용자의 37%(하루 70만 명)가 무임 승차한다. 광역도시권 교통국(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은 일 년에 6억 9천만 달러(9,246억 원) 손실을 본다. 이는 교량 통행료 이익금으로 대중교통 재정 적자 메꾸는 데 뉴요커가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결정적 이유다.
한국 기레기들은 미국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툭하면 미국은 이런데 왜 한국은 그렇지 못하냐는 어리석은 사과와 오렌지 비교를 하곤 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이 이렇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엉터리고, 한국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본 착시현상일 경우가 많다. 동전의 양면을 거론하며 두 번 다 틀리는 특이한 재주다.
과거 부동산 보유세를 정부가 인상하려고 하니, 수많은 보수 언론 기레기들이 엉터리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영어 검색도 제대로 할 능력이 없는 이들은 연줄 연줄로 달랑 한인 교포 부동산 중개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정보 자료만 묻곤 통계치를 체리 따기로 인용하였다. 진실은 미국 부동산 보유세가 한국과 비교하여 월등히 높다. 전국적으론 부동산 시세의 1% 정도이고, 뉴욕시 근교엔 살인적으로 3%인 카운티도 있다. 다시 말해서 보유세 인상을 반대하면서 미국의 예를 들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왜냐하면 세율도 높지만, 높은 부동산 보유세를 내는 동네는 덕분에 부동산 투기가 근절되었기 때문이다.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이재명이 경기도 지사 시절 통행료가 지나치게 비싼 일산대교 운영권을 민간업체로부터 회수하려 하자 그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기사였다. 근무지가 뉴욕이니 한국 독자가 읽고 쉽게 반박하기 어려운 그럴싸한 현지 이야깃거리를 하나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일천한 현지 경험과 부재한 응용력으론 애초에 무리수였다. 내가 그동안 여러 번 지적했지만, 특파원들 기사 쓰며 간단한 검색조차 하지 않을만큼 게으르거나 검색을 제대로 할 능력이 없다.
우선 조지 워싱턴 다리는 그동안 통행료를 몇 년마다 계속 올렸지만, 세상은커녕 미국에서 조차 가장 통행료가 비싼 다리가 아니다.
다리 통행료를 간단히 검색하여 확인하니, 2019년 1월 1일부터 지금까지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체사피크 베이 교량·터널 일반 차(Class 1) 일방 통행료가 $14 (왕복 통행료 $28), 바쁜 시간대엔 $18 (왕복 통행료 $36)이다. E-ZPass (미국판 하이패스)로 24시간 이내 왕복할 경우엔 시간대와 무관하게 $20이다.
일본의 아카시 해협 대교는 적어도 15년 전부터 일방 통행료가 ¥2,300($15.86)이다. 그러니까 엔화 가치가 높던 2012년 5월엔 미화로 $33.14나 했었고, 기사를 작성한 2021년 9월 13일엔 $20.90이었다.
한편 현재 조지 워싱턴 다리 일반 차(Class 1) 일방 통행료는 $12.75, 바쁜 시간대엔 $14.75이다. 왕복 통행료는 없고 뉴욕시로 진입할 때만 통행료를 낸다. 다른 지역 교량관 달리 현찰이나 신용카드를 받지 않기에 절대다수는 E-ZPass를 사용하지만, E-ZPass 없이 도로를 건너면 차량번호판 사진을 찍어 등록된 주소로 청구서를 보내며 일방 통행료는 $17이다. 기사를 작성할 즈음인 2021년 9월엔 E-ZPass 일방 통행료가 $11.75, 바쁜 시간대 $13.75, E-ZPass 없이 $16이었다.
그러니까 기자가 매일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며 내는 통행료는 $13.75인데, 통행료가 $16이라 인용한 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과장한 반쪽짜리 진실이었다. 더구나 통행료가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것도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다. 아마 자기보다 미국에 온 지 몇 년 앞서는 동료 기자에게 전해 듣고 검증 없이 인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사회 기반 시설인 다리나 도로를 건설하고 높은 통행료를 받을 정당한 이유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예산에 맞게 건설하거나 국채를 발행하여서 충당하면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교량 건설비를 통행료로 회수하면 더 이상 받지 말아야 한다. 국가가 경찰서 건물 짓고 운영하면서 경찰 이용료를 따로 징수하던가? 만약 전국 도로마다 통행료를 받는다면? 백 보 양보하여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계속 통행료를 받는다 해도 돈방석이 되어선 안 되는데, 기자가 밝혔듯 조지 워싱턴 다리에서만 경비 제하고 일 년에 5억 달러(6,7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다. 더구나 민간 기업체가 다리 건설에 투자하고 교통난 해소를 위한다며 대박 난 거처럼 하염없이 이익을 거두어 가는 게 과연 바람직한 걸까?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민영화하는 게 미국에서도 1980년대 이후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전까지 보수 공화당 전략으로 한동안 유행했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국가가 운영하던 노인 건강보험(Medicare)도 민영화할 수 있게 문을 열고, 매년 야금야금 밀고 들어와 지금 50%가 민영화되었다. 정확히 기술하자면 민영화한 보험(Medicare Advantage, Part C)을 선택한 사람이 점점 늘어 50%까지 된 상태다. 결과로 나타난 현상은 환자가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거절하고, 정부를 상대로 조직적인 사기를 쳐서 의료보험 업계의 가장 수익성 높은 효자 상품이 되었다. 결국 정부는 절약하긴커녕 예산만 줄줄 새며, 보험은 저질화하고, 보험회사만 노다지를 캐는 형국이다.
미국은 심지어 교도소도 민영화하여 연방정부와 27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부작용으론 판사들이 되도록 유죄 그리고 장기 징역형을 때린다. 왜? 일까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 힌트로 그건 감옥 운영하는 사기업체의 재정적 수익과 직결되어 있다. 서류상으론 효율적인 운영일지 모르나 정당한 사유 없이 늘어나는 죄수 인구로 정부 지출은 계속 늘고 있다. 난 지금까지 민영화로 국가와 국민에게 재정 이익이 돌아간 예를 거의 보지 못했다. 더구나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정치인과 결탁한 부정부패란 부산물을 결코 무시할 순 없다.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여 낮은 단가로 운영한다고 가정해도 그 이익금은 국민과 무관한 기업체의 소유주나 경영진 및 주주에게 돌아갈 뿐이다. 죽 쒀서 개 주는 꼴인데 절약하면 뭐 하나?
한 정치인을 비판하려면 왜 그게 옳지 않은지 이론적인 근거를 대면 된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미국이 이럽네 저럽네 하며 틀린 사실을 인용하면 그 순간 기자의 주장은 완전히 신뢰를 잃게 된다. 검색도 제대로 못 하는 실력으로 정책을 비판한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자란 직업의 자격요건이 불투명하다 해도, 상식 차원의 지식, 기본적인 논리, 그리고 최소한 윤리의 틀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냥 기자도 아니고, 기성 언론사의 특파원, 논설위원, 중견 기자가 이런 수준이라면 없느니만 못한 가짜뉴스 제조기일 뿐이다.
이처럼 나와 우연히 마주친 기사가 이 지경이니 체계적으로 살피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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